2026-07-29

최근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고수익 알바, 단순 심부름 등의 명목으로 일반인을 모집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나 자금 세탁책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체포된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 '지시하는 대로 돈만 이체했을 뿐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곤 한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같은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수거책과 세탁책에게도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확고한 법리적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퉈지는 쟁점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다. 많은 피의자들이 콜센터 직원처럼 직접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고 범행의 전체 계획도 몰랐다며 공범 관계를 부인한다. 그러나 형법상 공모는 사전에 치밀한 전체 모의를 거쳐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2인 이상이 범죄에 가공할 때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만으로도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본다. 즉 자신이 조직적 범죄의 분업화된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식한 채 범행을 수행했다면 구체적인 사기 수법을 몰랐다 하더라도 전체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아 다른 공범들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무거운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미 사기 범행이 끝나 입금된 돈을 옮기기만 했으니 단순한 사후 가담이나 방조가 아니냐는 주장 역시 법원에서는 철저히 배척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편취금을 영득하기 위해 피해금을 여러 대포통장으로 분산 이체하거나 정상적인 거래를 가장하는 자금 세탁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통상적으로 범죄 조직은 자금 세탁 담당자를 미리 확보한 뒤에야 기망행위, 즉 실제 범행에 착수한다.
따라서 법원은 수거책이나 세탁책의 행위는 범행의 완성과 이익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본질적 기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본인이 자금 세탁을 돕겠다는 인식하에 가담했다면 피해자의 돈이 계좌로 송금되어 이미 사기가 기수에 이른 이후에 구체적인 세탁 행위가 이뤄졌더라도 사기죄의 공범 성립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가 최근에 진행한 사건 중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은 뒤 인출해 제3의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을 수행한 사례가 있었다. 피고인은 매일 해당 계좌의 출금 가능 여부를 테스트하고 텔레그램을 통한 윗선의 세세한 지시와 엄격한 동선 통제하에 이체증을 보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공모한 적이 없으므로 사후공범 내지 단순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나아가 입금된 돈이 범죄수익인 줄 전혀 몰랐으며 적법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도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수행한 자금 세탁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완성과 이익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본질적 기여에 해당한다고 보며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또한 피고인이 은밀히 지시를 받고 업무 난이도에 비해 지나치게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것과 함께 스스로도 보이스피싱 자금임을 의심했던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사회통념상 해당 자금이 불법 자금임을 충분히 인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피고인이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가장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대륜 임다온 변호사는 “이처럼 단순한 고액 알바인 줄 알고 뛰어들었다 하더라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과 해악을 고려해 말단 수거책이나 세탁책에게도 미필적 고의의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예기치 않게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무작정 억울함만 호소하며 자신도 피해자라는 식의 원론적인 대처에 머무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 전했다.
이어 “범죄 수익금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기 충분한 정황들 속에서 감정적인 부인은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가중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본인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 내용, 가담 기간, 취득 수익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법리적 다툼의 여지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최악의 결과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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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알바인 줄”…보이스피싱 수거책, ‘몰랐다’ 통하지 않는 이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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