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9

[CU 합의, 직접교섭 시험대④끝]연쇄 파장 촉각
[편집자주] CU 물류를 둘러싼 노사 합의가 성사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합의의 실효성과 물류 정상화 여부는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정부 개입의 의미와 물류 회복 상황, 나아가 다른 노동 분쟁에 미칠 파장을 조망한다.
BGF로지스와 화물연대의 물류 분쟁이 잠정 타결되면서 물류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다단계 위수탁 구조가 일반적인 업계에서 상위 물류 법인이 직접 교섭에 나선 사례가 나오면서 하반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둔 다른 물류 기업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확산할 전망이다.
29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와 BGF로지스는 이날 오전 5시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서 단체 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 BGF로지스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다.
전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이 현장을 찾아 교섭을 중재했다. 합의안에는 운송료 7% 인상과 연 4회 유급휴가 보장, 화물연대 민형사상 면책 및 가처분 취소, 사망 조합원 유족 보상 등이 담겼다. 양측은 당초 이날 오전 11시에 조인식을 열기로 했으나 세부 항목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조인식 일정은 미정인 상태다.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교섭의 구조다. 화물연대는 이번 쟁의 초기에 교섭 상대로 CU 가맹사업의 본체인 BGF리테일을 지목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물류 실무를 맡는 BGF로지스를 교섭 당사자로 받아들이며 한발 물러섰다. 그 결과 이번 합의는 유통 원청인 BGF리테일이 아니라 상위 물류 법인인 BGF로지스가 전면에 나선 형태로 이뤄졌다.
CU 물류는 통상 BGF로지스와 물류센터, 지역 운송사, 개별 배송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계약상 직접 사용자와 실질적 운영 영향력을 가진 상위 법인이 분리돼 있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교섭 상대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초기에는 정부도 이번 사안을 사용자성 문제와 관련해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현장 혼란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는 화물차(대체 용차)가 조합원들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장기 파업에 더해 현장 사망사고와 점포 피해가 겹치자 고용노동부 장관과 여당 의원까지 교섭 현장을 찾아 중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BGF로지스의 직접 교섭 참여가 이뤄졌다는 해석이다.
10% 미만 조합원의 거점 봉쇄…대표성 인정 논란도
낮은 조직률만으로 공급망 핵심 거점을 멈췄다는 점도 업계와 노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CU 배송기사 5500명 가운데 화물연대 소속은 7~8% 수준인 380~440명 규모로 추산된다. 전체 기사 대비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전국 허브 역할을 하는 진천 물류센터가 봉쇄되면서 협상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성 논란도 남아 있다. 전체 배송기사 중 화물연대 소속 비중이 1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해당 노조가 사실상 대표 교섭 주체로 나선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다. 교섭 과정에서 비노조원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대표성에 관한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나온다.
편의점 업종 특유의 사업 구조도 조기 타결 압박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편의점 물류는 신선식품과 행사상품, 일일배송 상품 비중이 높아 단기간의 배송 차질도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BGF리테일의 피해 규모를 50억~6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서 회사는 가맹점 피해 복구와 지원책 마련이라는 후속 과제를 안게 됐다. BGF리테일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피해 현황을 면밀히 살펴 이른 시일 내 가맹점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타결은 향후 물류업계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위 법인이 분쟁 장기화 부담을 이유로 직접 교섭에 나선 전례가 남으면서 하반기 임단협 국면에서 유사한 방식의 교섭 요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참고 사례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조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곧바로 물류업계 전반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방인태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이번 건은 BGF리테일이 아니라 BGF로지스가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섰다"며 "이를 물류업계 전반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사례로 보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garde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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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화물연대 타결, '직접교섭' 신호탄 되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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