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1
![[기고] 사실혼, 아는만큼 보호 받는다](/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211043810231.webp&w=3840&q=100)
'전략적 미신고' 증가세 속 법적 분쟁 급증
법적 보호 받으려면 '가족 질서' 입증해야
‘사실혼’이란 법적으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부부처럼 함께 생활을 영위하는 관계를 뜻하며, 특히 이중에서도 사실상 법적 부부와 같이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나 재혼 가정 등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의 양상은 다르다. 젊은 세대들이 대출·청약 등 경제적 이유로 단독 가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거나 자유로운 교제 관계 등에 따라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사실혼’ 상태의 가족 형태가 우리 사회 속 차지하는 비중이 보다 증가함에 따라 관련 법적 분쟁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일정 기간 같이 살면 사실혼이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 기준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훨씬 까다롭다. 사실상 혼인신고를 한 부부와 같이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관계였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대법원 역시 사실혼에 대해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
실제 필자가 담당했던 사례에서도 법원의 이같은 판단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의뢰인 A씨는 연인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며 일시적으로 생활비를 부담했다. 그러나 이들은 성격차이 등 갈등을 이기지 못해 헤어지게 됐는데, 이후 전 연인이 사실혼을 주장하며 재산분할 및 위자료를 청구해 갈등이 시작됐다.
필자는 소송 과정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점, 구체적인 사례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부부로서 상대방의 친지, 가족들과 배우자로서 역할을 하거나 소통하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하여 사실혼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법원 역시 이들의 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혼 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실혼’임이 인정되지 않자 그에 따른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역시 모두 기각됐다.
이처럼 사실혼 분쟁에서 법원의 잣대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객관적 지표들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혼이 보편화됐다고 해서 쉽게 법적인 보호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막상 분쟁이 생기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므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아야 한다거나 혹은 그 성립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자신의 상황을 법률적 관점에서 미리 점검해봐야 한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이 없어지거나 혹은 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함께 살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혼인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는지, 실제 부부 내지 가정을 꾸렸다고 볼 근거가 있는지, 이를 입증할 증거는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사실혼 여부는 사후에 다툴 문제가 아니라, 분쟁이 생기기 전 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자신의 관계와 권리를 정확히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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